어려서 내성적 성격 탓으로 대화에 자신이 없어하던 나로선 웬만하면 편지를 쓰는 일이 많았다.
습관이 되어 어느새 편지 몇 장만 큼은 한 장으로 시작하여 끝 낼 때까지 몇 장이고 오타 없이 써 내려갔다.
그리고, 짧은 순간에 쓰고 나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편지생활을 해왔다. 이유라고 할까.
글을 배워 처음 시작한 글쓰기 시절엔 연필과 종이 질이 좋지 않은 편지지나 원고지였다.
연필은 부러지고, 깨지고, 편지지는 연필 끝에 찢어 지기가 일수였다.
다음 시절에는 잉크와 펜, 만년필을 사용했다. 연필 쓰던 시절의 수고를 생각한다면 조금은 수월 해 졌지만 만족감을 얻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잉크로 인한 실수에 노트나 책이 오염되고 옷까지 더럽히길 일수였다.
다음으로 만난 필기구가 볼펜이다.
신세계였다.
사용감과 편리성을 따진다면 최고였다.
그러나 볼펜 또한, 아쉬움이 많았다.
겨울엔 글이 잘 써지질 않거나 하고, 여름엔 액이 흘러나와 옷을 더럽히기 일쑤였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현실은 필기구 천국에 살고 있다.
종이류 역시 말할 것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좋아진 환경에서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스마트폰을 비롯한 IT기기의 홍수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펜과, 편지지보다는 손가락의 힘이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편지를 쓰면 무슨 생각이 들까
오늘도 옛 생각하며 노트에, 만년필로 끄적여 본다.
편지를 쓰면
편지 쓰기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글쓰기 실력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의 관계를 보다 가깝고 깊게 만들어 준다.
편지를 받으면 상대방이 자신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노력했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에 감동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편지를 보내면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고 이해하려고 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이 소통하고 공감하며, 친밀감과 신뢰감이 쌓인다.
편지 쓰기는 글 쓰기 실력을 향상한다.
편지는 일상적인 언어와 문체로 쓰기 때문에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그렇다고 대충 써서도 안된다.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 내용이 명확하게, 정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문법과 맞춤법, 문장 구조와 논리, 문체와 어조등은 신경 써야 한다.
편지를 자주 씀으로써 이런 요소에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생긴다. 편지 쓰기는 우리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외 연구를 살펴보면 '고마움'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평균 23% 감소하고, 도파민
과 세로토닌, 옥시토신 같은 행복 호르몬과 화학 물질이 증가했다고 한다.
'감사하기'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 약물 의존, 폭식의 위험성도 크게 줄여준다. 감사편지를 하루 5분만 써도 신체 통증이 10% 감소하고 숙면상태는 25% 운동 시간은 19% 증가하며 우울증은 30%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감사 편지는 긍정적 감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만족하여 행복해진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공동체 의식을 키워주는 방법도 된다.
예를 들면, 아이의 내면에서 감사하는 행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교육학자들은 인지 단계로 설명한다.
타인으로부터 장난감을 선물 받은 아이는 본능적으로 온통 장난감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감사를 표현하려면 우선 장난
감을 준 타인의 존재를 인식해야 한다.
아이의 관심은 장난감이란 매개에서 벗어나 '관계'로 향한다. 아이는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자기감정을 절제하고 조율하
는 방법을 배운다. 성숙한 뒤 아이는 이제 또 다른 사람에게 장난감을 건네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선한 베풂
을 통해 인격적 존재로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감사편지 쓰기는 우리 사회 선순환 사이클을 작동시킨다.
바람직한 편지의 요소는 내용의 진실성 및 충실성, 취지의 적합성, 참신성 등 세 가지로 구성하면 좋을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을 놓고 하늘나라에서 쉬고 계실 할머니께 편지를 써야겠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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